시니어의 취미 백과 (1~5편)
- 키우는 즐거움 (반려식물과 주말농장)
"손주보다 예쁜 내 상추?" 은퇴 후, 흙에서 찾은 제2의 활력!
(우울증 비켜! 나의 작은 정원이 선사하는 기적)
1편: 흙과 함께 숨 쉬다: 키우는 즐거움 (반려식물과 주말농장)
'나이가 들면 소일거리나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소일(消日)거리', 즉 시간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흙(土)과 함께하며 삶을 '일구는' '활토(活土)거리'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최근 노인복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고립감 해소'입니다. 많은 어르신이 은퇴 후 역할 상실감이나 자녀들의 분가로 인한 외로움을 겪으시지요.
이때,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치유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흙'입니다. 오늘은 흙과 함께 숨 쉬며 얻는 즐거움, '반려식물'과 '주말농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내 곁의 작은 생명, 반려식물
'반려동물'은 익숙한데 '반려식물'은 조금 생소하신가요? 반려식물(Companion Plant)은 말 그대로 곁에 두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식물을 뜻합니다.
몸이 불편해 바깥 활동이 어렵거나, 홀로 적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께 이 작은 생명체는 그 어떤 복지 서비스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첫째, '돌봄'을 통한 우울감 완화입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며 잎을 닦아주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가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는 책임감과 '나로 인해 생명이 자란다'는 성취감을 줍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원예 활동이 노년기 우울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둘째,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선물합니다. 식물은 정직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물과 빛을 필요로 하죠. 식물을 돌보기 위해 어르신들은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움직이게 됩니다. 이 작은 습관이 무기력감을 쫓아내고 생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2. 흙, 관계를 틔우다: 주말농장과 공동체 텃밭
집 안의 반려식물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면, 주말농장이나 공동체 텃밭은 '우리'로 나아가는 무대입니다.
최근 각 지자체나 복지관에서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의 일환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주말농장이나 옥상 텃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섭니다.
첫째, 최고의 '생활 운동'입니다.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잡초를 뽑는 모든 과정은 허리와 다리 근육을 사용하는 훌륭한 신체 활동입니다. 헬스장 기구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즐겁게 건강을 챙길 수 있죠. 햇볕을 쬐며 얻는 비타민D는 골다공증 예방에도 최고입니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의 복원입니다. 텃밭은 최고의 '소통의 장'입니다. 옆에서 같이 상추를 키우는 이웃과 "올해는 거름을 뭘 쓰셨냐", "벌레는 어떻게 잡았냐"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갑니다. 서로의 작물을 나누고, 농사 노하우를 공유하며 새로운 이웃, 새로운 친구가 생겨납니다. 이는 노년기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백신입니다.
셋째, '생산자'로서의 보람입니다. 은퇴 후 '소비자'로만 남겨졌다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키운 상추, 고추, 토마토를 수확해 자녀들에게 "이거 내가 키운 거야!"라며 나눠줄 때의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이는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의 원천이 됩니다.
맺음말
시니어 복지 전문가로서 저는 '흙'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치료사' 중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흙은 우리의 오감을 깨웁니다. 흙의 감촉, 흙의 냄새, 푸른 잎의 시각적 안정감, 그리고 내 손으로 키운 작물의 맛까지. 이 모든 것이 어르신들의 뇌를 자극하고 마음을 치유합니다.
오늘 당장 작은 화분 하나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흙을 만지는 그 순간, 어르신의 삶에 새로운 숨결과 활력이 깃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이렇게 흙과 친해진 시니어들이 어떻게 '마을 공동체'와 연결되며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구체적인 국내외 복지 사례를 통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녹색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